우즈베키스탄 세계챔피언 꺾고 정상… 올림픽랭킹 1위 굳히기

“아시안게임 아쉬움 털어 기뻐… 세계 1위로 LA올림픽 출전해 금메달 따겠다”

한국 태권도 남자 -68kg급의 새로운 강자 문진호가 파리에서도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달 무주 그랑프리에 이어 파리 그랑프리까지 2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랭킹 1위를 지켰다.

문진호(한국체대)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르발루아페레 팔레 데 스포츠 마르셀 세르당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6 파리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둘째 날 남자 -68kg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나즈미딘 코심호지예프(Najmiddin KOSIMKHOJIEV)를 라운드 점수 2-0(14-12, 10-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상대 코심호지예프는 2025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74kg급 우승자로 빠른 발과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세계적인 강호. 문진호는 192cm의 큰 키와 긴 다리를 활용한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1회전은 치열한 몸통 공방으로 시작됐다. 시작과 함께 서로 앞발 몸통 공격을 주고받으며 2-2로 맞섰다. 코심호지예프는 문진호보다 신장이 작았지만 빠른 발과 날카로운 공격 전환으로 맞섰다.

문진호는 다시 몸통 공격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만회하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간간이 기습적인 머리 공격을 시도했지만 유효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후 문진호는 몸통 공격으로 승부를 풀어갔다. 연이어 몸통을 적중시키며 4점을 추가해 8-4로 앞서갔다. 상대에게 몸통 공격을 허용해 8-6으로 추격당했지만 곧바로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며 10-6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코심호지예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종료 18초를 남기고 기습적인 왼발 내려차기로 문진호의 얼굴을 적중시키며 10-9까지 따라붙었다. 문진호가 다시 12-9로 앞서 나갔으나 이후 추가 득점을 허용하며 12-12 동점이 됐다. 팽팽한 승부를 가른 것은 마지막 몸통 공격이었다. 문진호가 종료 직전 상대의 몸통을 정확하게 적중시키며 14-12로 첫 회전을 가져갔다.

2회전은 문진호가 주도권을 잡았다. 시작부터 오른발 앞발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다. 코심호지예프 역시 왼발 앞발로 맞섰지만 문진호의 긴 공격 거리를 쉽게 뚫지 못했다.

문진호는 상대를 길게 끌어낸 뒤 근접 상황에서 몸통 공격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긴 다리를 활용해 상대의 접근을 견제하면서도 공격 기회가 생기면 빠르게 몸통을 공략했다. 중반에는 강력한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 차를 6-0까지 벌렸다. 주도권을 잡은 문진호는 공격을 이어갔다. 이어 몸통 공격까지 추가하며 8-0으로 달아났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코심호지예프는 반격을 시도했지만 문진호의 긴 공격 거리와 빠른 대응에 막혀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코심호지예프가 공격 도중 넘어지며 감점으로 2점을 내줬다. 문진호는 최종 점수 10-0으로 상대에게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2회전을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직후 문진호는 최근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이번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진호는 “아시안게임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도 크고 많이 아쉬웠다”며 “다시 파리에서는 잘해보자고 다짐하고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잇따른 우승에 대해 “계속 이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겼다가 졌다가 반복하는 것 같다”며 “좋은 경기를 하고 나서도 다음 대회에서 패한 적이 있다. 이겼을 때 잘했던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면서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진호는 “11월 파이널을 목표로 더 열심히 훈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파이널에서 반드시 우승해 올림픽랭킹 1위를 지키고 싶다. 내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꼭 우승해 세계 1위로 LA올림픽 본선에 출전하고, 마지막에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진호는 앞선 준결승에서 한국의 장준(한국가스공사)을 상대로 접전 끝에 라운드 점수 2-1(15-6, 3-4, 1-1 우세승)로 승리했다.

1회전에서는 주특기인 오른발 머리 공격과 몸통 공격을 앞세워 15-6으로 앞섰다. 그러나 2회전에서는 장준의 반격에 밀려 3-4로 패하며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3회전에서는 치열한 공방 속에 문진호가 상대를 잡는 행위로 감점을 받으면서 장준이 먼저 1점을 얻었다. 문진호는 종료 직전 주먹 공격으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우세 판정에서 앞서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문진호는 최근 남자 -68kg급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2cm의 큰 키와 긴 다리를 활용한 빠른 오른발 머리 공격이 주무기다. 상대의 공격 거리를 벗어나면서도 순식간에 머리를 공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문진호는 올해 울란바토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춘천 코리아오픈, 무주 그랑프리를 잇달아 제패했다. 최근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에도 후자이라오픈과 우시 그랜드슬램 챌린지,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우승했고, 나이로비 21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대회 전 WT 남자 -68kg급 올림픽랭킹에서 문진호는 90.8점으로 세계 1위에 올라 있었다. 2위 튀르키예의 베르카이 에레르(Berkay ERER)를 약 10점 차로 앞섰다. 이번 파리 그랑프리 우승으로 G-6 등급 우승에 따른 랭킹 포인트 60점을 확보하면서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문진호의 상승세는 한국 태권도 남자 -68kg급에도 의미가 크다. 이 체급은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이 오랫동안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했던 체급이다. 그러나 이대훈 은퇴 이후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이 체급의 존재감을 이어가지 못했다.

문진호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면서 2028 LA올림픽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연말 아스타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한국 남자 -68kg급의 올림픽 경쟁력 회복에도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한편, 문진호와 준결승에서 맞붙은 장준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8강에서는 올림픽랭킹 2위인 튀르키예의 베르카이 에레르를 상대로 라운드 점수 2-1(8-8 우세승, 0-4, 10-9)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여자 -67kg급에 출전한 홍효림(용인대), 곽민주·이가은(이상 한국체대)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둘째 날 남자 -68kg급에서 문진호가 금메달, 장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첫날 박태준(경희대)의 은메달을 포함해 대회 이틀 동안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여자 -49kg급 김향기(한국체대), 이유민(관악고), 이예지(제물포구청)가 출전한다. 한국 여자부의 이번 대회 첫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