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경기·10시간 노동, 처우는 제각각, 이대로는 판정도, 한국 태권도의 미래도 없다”

심판은 ‘소모품’이 아니다, 태권도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순간. 그 중심에는 심판이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심판들이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 불투명한 운영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주요 대회에서는 심판 한 명이 하루 30여 경기를 진행하고 10시간을 넘겨 경기장을 지키는 사례가 제기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심판에게 장시간 노동이 반복된다면 과연 최상의 판정을 기대할 수 있는가.

더 큰 문제는 판정 논란이 발생했을 때다.시스템의 문제는 사라지고 심판 개인만 비난받는 구조. 이것이 지금 태권도 경기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심판인데 왜 수당은 제각각, 심판 처우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에서 제시되는 하루 수당은 KTA 상임심판 12만원, 초등연맹 20만원, 대학연맹 15만원, 일부 시·도협회 12만~19만원 등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회 규모와 역할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하고 합리적인 산정 기준이 없다면 심판의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심판은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규정을 숙지하고, 경기 상황을 판단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감당하는 전문 경기 운영 인력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처우가 필요하다. ‘인맥 배정’ 의혹이 존재하는 순간 공정성은 흔들린다. 심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다.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학연·지연·인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면 심판의 판정은 실제와 관계없이 끊임없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정한 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KTA, ‘사람 교체’ 아닌 ‘시스템 혁명’ 이제 특정 심판을 바꾸는 방식의 임시처방은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심판 운영 시스템의 전면 재설계다. 젊은 심판 육성 시스템 구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제심판까지 성장할 수 있는 경력체계 마련해야 한다. 심판이 떠나면 태권도의 미래도 떠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베테랑 심판의 이탈이다. 수십 년간 경기장을 지켜온 심판들은 단순한 판정 인력이 아니다. 그들은 태권도 경기의 역사와 변화를 직접 경험한 현장의 자산이다.

이들이 처우와 조직문화에 실망해 경기장을 떠나고, 젊고 유능한 인재마저 심판을 기피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선수와 지도자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태권도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심판이 존중받아야 판정도 존중받는다” 심판에게 무조건적인 권한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독립성을 주되 책임을 묻고, 권한을 주되 투명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고의적인 부정행위와 비윤리적 행동에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판단 오류까지 심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 좋은 시스템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세계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대한민국의 경기 운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종주국의 심판들이 과로와 불합리한 처우, 조직문화 논란 속에서 흔들린다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

이제 KTA가 답해야 한다. 심판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심판이 제대로 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선수에게 공정한 경기를 보장하고 싶다면 심판에게 공정한 환경부터 보장해야 한다. 심판이 흔들리면 판정이 흔들린다. 판정이 흔들리면 경기의 신뢰가 무너진다. 경기의 신뢰가 무너지면 한국 태권도의 미래도 흔들린다.

“KTA, 이제 사람을 바꾸는 개혁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