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선거에 출마한 양진방 후보(왼쪽)와 김상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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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후보, ‘김상진 우세론’ 반박하며 선거 판세 예의주시
-김 후보, 양 후보 겨냥 “비겁하게 잔재주 부리면 안 돼”
-양 회장 당락 따라 국내 제도권 후폭풍과 지각변동 예고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다음 달 24일 치러지는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선거를 둘러싸고 국내 태권도 제도권 안팎이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 후보자 등록을 한 사람은 2명. ATU에서 함께 부회장을 하고 있는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회장과 김상진 전 부산시태권도협회 회장 간의 한국인 양자 대결이 이뤄졌다. 출마를 저울질 했던 정국현 ATU 집행위원과 하디 이란협회장은 입후보하지 않았다.

김상진 후보는 지난 달 22일 <태권박스미디어>와 통화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빅 텐트(big tent)’를 쳤다고 밝혔다. 출마를 접은 정국현 집행위원과 이란협회장을 비롯해 문대성 전 IOC 선수위원도 자신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김중헌 전 ATU 사무총장도 나를 지지하고 도와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내용이 보도된 후 김중헌 전 총장은 <태권박스미디어>에 “나는 중립”이라고 알려왔다.

양진방 후보는 6월 11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규석 ATU 회장을 만나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양 후보 측은 1년 전부터 이 회장이 국내외에서 김상진 후보를 도와주고 밀어준 정황이 여러 번 포착됐다며, “이번 선거는 (김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이규석 회장과 양진방 후보 간의 대결”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양 후보는 최근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 회장에게) 중립 요청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니 액면 그대로 믿는다”며 말을 아꼈다.

김상진 후보(오른쪽)와 출마를 접은 정국현 ATU 집행위원이 손을 맞잡고 있다. 김 후보는 “정 위원이 도와주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상진 후보는 비전 선언문(국문·영문 공약)을 만들어 국내외에 배포하면서 양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양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를 인신공격했기 때문에 만날 이유가 없다”고 3일 말했다.

그러면서 “(양 후보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을 하면서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에 출마하면 적극 돕겠지만 태권도가 개인의 사조직이냐. 나는 양 후보를 내려깎고 싶지는 않다. 단지 비겁하게 잔재주를 부리면 안 된다. 비굴한 자에게 양보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런 가운데, 양 후보가 너무 일찍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대망론’을 언급해 자충수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 내부와 부총재 및 총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공의 표적’이 됐다는 것.

최근 세계태권도연맹 쪽에서 이번 회장선거를 예측·분석한 결과, 김 후보가 양 후보를 5∼6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될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나도 그런 소문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김상진 우세론’을 일축했다. 아직 유동표가 있고 판세가 불명확한 만큼 섣부르게 당락을 예측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영어를 하지 못해 회장직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양 후보 쪽의 지적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에티오피아 명예 총영사도 하고 있다. 또 ATU 부회장으로서 여러 대회에서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내 곁에 영어를 잘하는 보좌관이 있기 때문에 외국 태권도인들과 소통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ATU 회원국(대의원) 44표 및 ATU와 WT 임원 등 67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만약 양 회장이 당선될 경우, 한달 안에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직에서 사임해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양 후보의 당락에 따라 국내 제도권에 지각변동과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