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스포츠 대표가 태권도 도복 저가 유통구조에 대한 해결책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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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생들에게 ‘저가 도복’ 무료로 주는 관행 비판
▶”도복, 좋은 품질로 디자인해서 패션으로 가야…”
▶’시범단 실용 도복’과 ‘9단 예복 도복’ 개발에 심혈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가라테 도복은 수십 만 원하는데, 태권도 도복은 대개 1만 5천 원 정도의 저가(低價)가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상일 한국스포츠 대표가 태권도 용품의 핵심인 도복의 저가·저품질 생산과 불합리한 유통 구조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003년부터 태권도 의류와 용품을 유통하는 <태권훼밀리>(법인)를 설립해 현재 국기원 후문에서 본점을 경영하고 있다.

이상일 대표는 지난 6월 9일 태권도 도장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는 ‘저가·저품질’ 도복에 대해 “가라테 도복은 40만 원도 하는데, 태권도 도복은 기껏 비싸봐야 10만 원하고, 대다수 수련생들이 입는 도복은 중국에서 만든 1만 5천 원 정도 하는 품질이 떨어지는 도복을 입고 있다”며 “태권도계는 언제까지 저가의 저품질 도복을 유통하고 입어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태권도 용품시장이 가라테보다 영세해서 저가의 도복이 유통된다고 하는데, (태권도 수련인구와 인지도 등을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제 태권도 도복은 저가의 영세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좋은 원단(原緞)을 사용해 다양하고 실용적인 도복을 만들고 새롭게 디자인을 해서 품격을 높이고 패션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태권도 도복이 저가-저품질의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간의 배경에는 일선 태권도 도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련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약 1만 5∼8천 원 정도하는 도복을 무료로 주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저가 도복이 도장 수련생들을 중심으로 만연되었다는 것. 일선 도장 수련생들이 입는 도복은 대부분 저급의 합성 섬유(폴리에스터)로 만들어 장시간 입거나 햇볕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등 피부에 좋지 않다.

이 대표는 2018년 “유통 구조와 시장이 바뀌어야 태권도 용품의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 배드민턴 같은 경우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찾다 보니까 용품산업이 고급화가 됐다. 태권도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월 9일 이상일 대표가 복식 디자이너와 협의하고 있는 새로운 다지인의 고품격 도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7년이 지난 현재 이 대표는 또 같은 말을 했다. “태권도 용품하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도복인데, 변한 것이 없다”며 “시대가 변화하는데, 아직도 저가의 중국산 합성 섬유로 만든 도복을 무료로 주는 유통 환경은 바뀌어야 한다. 도장의 관장들도 도복을 무료로 주지 말고 이제는 당당하게 도복비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준이 높아져 학부모들도 저가의 품질 낮은 공짜 도복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가 있는 품질 좋은 도복을 수련생들이 입어야 하고, 입을 수 있는 경제적인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태권도 도복의 다양화와 차별화 차원에서 유급자 수련생들이 입는 ‘유급자 전용 도복’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태권도를 시작하는 유급자들은 처음부터 ‘품 도복’을 입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흰색(백색)깃’이 있는 도복을 입고 수련하다가 1품을 취득하면 그때부터 ‘품 도복’을 입으면 도복 상품 개발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년 전 향균과 친환경 측면에서 당나무 한지(韓紙)로 고품격 도복 개발을 시도했던 이 대표는 요즘 태권도 시범단 단원들의 ‘실용 도복’과 고단자 9단들의 ‘예복 도복’을 개발하기 위해 복식 디자이너와 협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