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국기원이 주최하는 해외지원-지부 설립 사업설명회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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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태권도 시장 개척 등 국기원 목적사업 위해 지원-지부 추진
▶이동섭 원장 강한 집념 속 추진 성급-선정 불공정-성과 미흡 제기
▶11년 전 논란 반면교사 삼아야, 또 이사회 승인 거치지 않고 추진
서성원 기자 / tkdssw@korea.com

국기원(원장 이동섭)이 ‘해외 지원·지부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23일 온라인 공개 발표회로 ‘해외 지원·지부 설립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며, 국기원의 해외 조직역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이동섭 국기원장은 지난 5월 ‘국기원 재도약’ 비전 발표에서 국기원 목적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각국에 국기원 거점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지원·지부는 각 국가별로 조직력·확장성·재정력 등을 고려한 후 공모를 진행해 현지에 최적화된 국가태권도협회 또는 태권도 단체(법인)를 우선 대상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 국기원 해외 지부 설립 발자취

이러한 해외지원·지부 설립은 11년 전부터 추진되어 낯설지 않다. 2010년 국기원(원장 이승완)은 해외지부 설립을 국기원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그 해 2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해외지부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는 미국, 인도, 중국, 호주, 멕시코 등 14개국에서 34개 단체가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이승완 원장은 “해외지부 설립을 통해 국기원 국가지부로서 협의체 기능을 수행하고 국기원의 사업진행에 대한 원활한 협조와 정보교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후 국기원은 곧바로 4개 지역 단체를 해외지부로 선정하고 승인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실제로 국기원과 계약한 곳은 미국지원 설립을 신청한 USTC(회장 이상철)가 유일했다.

2010년 2월, 국기원 핵심사업 중 하나인 해외지부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태권도신문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졌고, 그 해 6월 출범한 특수법인 국기원은 해외지부 선정의 목적과 타당성 및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해외지부 설립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해 분쟁으로 치달았다.

국기원은 2017년 오현득 원장 재임 시절, 국기원의 해외 역량 강화를 위해 유럽과 중국 등에 해외지부 설립을 비공식적으로 검토했지만 국기원 내부 문제와 당사자들 간의 이해충돌로 흐지부지 됐다.

이동섭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해외 지원·지부 설립에 강한 집념을 보여 왔다. 국기원 제2건립을 위해 무도 영토를 확장하고, 글로벌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선 지원·지부 설립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기원 해외 지원·지부로 선정되면 △국기원 멤버십 시스템 회원도장 확대 △태권도 지도자 교육을 비롯한 연수사업 주최 △국기원 심사 시행 △태권도 대회 및 행사 개최 △심사 민원 및 행정 운영 등 5가지 목적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같은 지원·지부의 목적사업은 이미 11년 전 ‘밑그림’이 그려져 새롭지 않다. 2010년 당시 국기원 해외지부는 무도 태권도 발전을 위한 교육, 세미나와 태권도한마당 지원 등 국기원 목적사업과 무도 태권도 보급에 협조하며 적극 이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 해외지원·지부 설립 논란과 과제

국기원이 해외 지원·지부를 설립한 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첫째, 해외 지원·지부가 왜 필요하고 왜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국기원 중심의 무도 영토를 확장하고 해외 태권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명분은 나름 갖추고 있지만, 충분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두고 손천택 국기원 이사는 “해외지부 개설을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두른다면 오히려 큰 낭패를 불러 올 수 있다. 개설은 각 나라마다 사정과 입장이 달라 철저한 사전 조사 없이 무리하게 진행하다가는 사범들의 ‘집단 이탈’이라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창식 사범은 “국기원이 그동안 해외지부가 없어 발전을 못했나. 국기원 단증의 가치가 무너지고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평소처럼 ‘속전속결’을 내세우며, 해외 지원·지부를 설립을 밀어붙이겠지만, 설립 후 지원·지부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숙고해야 한다.

2010년, 국기원이 주최한 해외지부 설립 간담회에 참석한 인도의 라비(Ravi S) 사범은 “이번 해외지부 설립은 각 국에서 태권도 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들은 환영하겠지만, 국가협회에서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현재 국기원이 세계태권도연맹 산하 각 대륙연맹 및 국가협회, 그리고 유력 태권도 단체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국기원 단증의 가치가 퇴색한 상황에서 해외 지원·지부를 설립하는 것이 어떤 이득과 성과를 가져올 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설립 이후 관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둘째, 지원·지부 선정을 위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는 2010년에도 불거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창식 사범은 지난 6월 “벌써 특정인을  해외지부장으로 지명해 놓은 상태이며, 이 원장이  직접  지명하고 다음부터는 공정하게 선정한다고  하는데 이런 무원칙 몰상식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국기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지원장이나 지부장의 선임은 선정위원회의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해도 정관에 의해 원장이 추천하고 이사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있다. 원장이 특정인을 지부장으로 지명하고, 선임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런 국기원의 반박에도 지원·지부 선정을 위한 공정성 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보여준 원장의 인사 스타일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셋째, 내년 10월 치러지는 원장 선거를 통해 국기원 집행부가 바뀌어도 이 원장이 추진해온 해외지원·지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원장이 다시 출마할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또 이 원장이 다시 출마한다고 해도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해외지원·지부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이사장과 원장 등 집행부가 바뀌면 정책 기조는 뒤바뀔 가능성이 짙다. 그리고 그 손실은 모두 국기원이 감당해야 한다.

해외 지원·지부 설립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이 원장과 그 정책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수민 사무처장이 어떤 전략과 해법을 강구할지 주목된다. 벌써부터 이 원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지원·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