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이전의 국기원 고단자 심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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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도덕성-책임감 따지지 않고 인원수만 늘려 문제 직면
최진우 기자 /  cooljinwoo0@naver.com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사장 전갑길, 원장 이동섭)의 6~9단 고단자 심사에서 부정심사 의혹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27일 국기원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기원 중앙경기장에서 ‘2021년도 제2차 고단자 심사’를 개최했다.

이날 국기원 기술심의회(의장 이고범) 소속 O부의장은 자신의 도장 소속 수련인의 심사와 관련해 담당 평가위원의 점수가 과락(60점 이하)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평가위원 2명에게 평가점수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평가위원 1명은 O부의장의 요청을 거절했고, 또 다른 평가위원은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O부의장의 요구가 지속되어 결국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지원국 사무실까지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기원은 고단자 심사가 마무리되면 심사집행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이를 취합해 심사담당부서로 이동 담당직원과 검수 후 처리토록 하고 있다.

O부의장이 점수 수정을 요구한 시점은 담당부서에서 검수를 하고 있던 시점으로 담당부서에서는 O부의장과 평가위원에게 ‘불가’의사를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심사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국기원 기술심의회는 O부의장과 해당 평가위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국기원 기술심의회 이고범 의장은 “원장님도 원칙대로 처리를 지시하셨고,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면서 “현재 O부의장은 어떠한 반응도 없는 상태지만 함께 이동한 평가위원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심사심의회의에서 다뤄 상벌위원회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람도 심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O부의장의 도장명이 새겨진 도복을 입고 참가한 사람인데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제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원은 올해 기심회를 의장, 부의장, 기술고문, 자문위원, 지도위원을 포함 601명으로 최대 규모의 조직으로 구성해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인해 국기원의 주요사업이 취소 또는 축소 운영되는 상태에서 기심회를 나눠먹기식의 인적 구성으로 조직하자 “보은성 인사”, “옥상옥(屋上屋)식 인사”, “위인설관(爲人設官)”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 원장은 올해 초 이 같은 지적에 “선출직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선거에서 도와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자리”라면서 “선출직으로서 권한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문제가 없음을 피력했다.

이 원장의 인사는 이번 ‘부정심사 미수’로 전문성, 도덕성, 책임감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