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PATU 회장선거 진실 브리핑'. 왼쪽부터 Raul Pinzon 회계 감사, Rick Shin 사무총장, Gio Muñoz 기자, Helder Navarro 회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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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임원 직무정지-정관 개정 ‘특정인’ 비호 논란
▶같은 조사대상자인데, 입후보 릭신은 ‘불허’-김인선은 ‘허용’
▶WT 핵심 관계자들 선거 개입 의혹 속 릭신 강경 대응 시사
▶WT “릭신 총장 주장, 사실과 다른 내용 많아” 공세적 입장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팬아메리카태권도연맹(PATU) 운영과 회장선거를 둘러싸고 불합리-불공정한 조치 등 정의롭지 못한 행태가 횡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PATU 운영을 둘러싼 논란

지난해 9월, 부조리 의혹이 있던 최지호 회장이 사퇴하면서, PATU는 헬더 나바로(Helder Navarro) 부회장이 회장직무대행을 맡아 운영해 왔다.

세계태권도연맹(WT)는 지난 6월 중순부터 45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PATU를 관리단체로 운영해 오다가 7월 하순 급작스럽게 정관을 개정해 통과시켰다. 개정된 정관의 핵심은 PATU 차기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의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기존엔 회장선거 출마자는 PATU 전체 가입국의 25% 추천을 받고 PATU 집행부 임원으로 4년 이상 재임해야 출마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바뀐 정관을 보면, 출마자는 거주하고 있는 국가협회의 추천을 받으면 입후보할 수 있도록 완화해 특정인이 출마하도록 물꼬를 터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여기서부터 회장선거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 후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끝난 7월 31일, WT 윤리위원회(Intergity Committee)는 PATU에 공문을 보내, 나바로 회장과 릭신(Rick Shin) 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PATU 집행부 임원들의 직무(업무)를 정지시켰다.

그 이유는 최지호 전 회장이 PATU를 비영리단체로 운영하지 않고 별도의 영리법인을 설립해 재무·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 등 ‘불법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 의혹’에 회장과 사무총장 등도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표면으로 떠오른 PATU 회장선거의 불공정

이처럼 느닷없이 WT 윤리위원회가 PATU 임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자, WT는 곧바로 PATU에 임시관리위원회(IMC)를 설립해 회장선거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오고 있다.

PATU 회장선거를 관리하고 있는 IMC는 회장 출마 입후보 기간에 릭신(Rick Shin) 사무총장이 입후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릭신 총장은 “IMC가 출마 서류는 받겠지만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IMC는 PATU 내부 문제를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인 릭신 총장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회장선거 출마를 ‘차단’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는 10월 9일 온라인 총회를 통해 진행되는 PATU 회장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은 김인선 WT 집행위원과 후안 마누엘 로페스 델가도 전 멕시코 회장.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릭신 총장은 후보로 지원했지만 선거관리를 맡고 있는 IMC는 받아주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출마를 준비해온 릭신 총장은 IMC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멕시코에서 열린 PATU 시니어챔피언십과 멕시코오픈대회에 기술감독(TD)으로 온 김인선 후보(WT 집행위원)가 대회 기간에 심판위원장을 바꿔 WT 분쟁위원회(dispute committee)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나와 김인선 씨 모두 조사를 받고 있는데, 나는 출마를 못하게 하고 김인선 씨는 WT 집행위원(council member) 선거와 PATU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자격을 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황당하다”고 분개했다.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WT 핵심 관계자들이 PATU 회장선거에 개입해 특정인을 회장에 당선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다.

릭신 총장은 공개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불공정한 처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죄를 받겠다”고 하면서도 “잘못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조사 중이라며 회장선거 출마를 막는 등 내 명예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ATU 회장선거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중 WT 및 김인선 후보와 ‘깊은 관계’가 있는 2명의 위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원 중 이반 디보스는 WT와 관련이 있는 IOC 위원이고, 하스 라파티(Hossein Rafaty)는 WT 사무총장이다.

특히 하스 총장은 김인선 후보와 관련이 깊다. WT가 미국 달라스에 세운 현지법인 GMS를 관리하는 업체(WTIF)의 회장은 하스 총장이고, 사무총장이 김 후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와 같은 업체에 있는 하스 총장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것은 불공정 시비를 안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미국 달라스에 설립한 현지법인 GMS를 관리하고 있는 업체의 문서. 하스 WT 총장이 회장, 김인선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와 관련, 9월 14일 박성진 <인사이드태권도> 기자는 ‘팬암연맹 선거 불공정 논란. 조정원 총재는 책임 없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인선 후보는 미국 텍사스태권도협회장 출신이면서 조정원 WT 총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후보는 한국 경희대 태권도학과 출신인데, 조 총재가 경희대 총장이었다는 것은 태권도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다. 공정한 태권도, 경기장에서만 추구되어야 할 가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 댓글을 쓴 전영기 사범(전 PATU 기술위원장)은 “릭신 총장이 전 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어떤 나라의 회원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며 “회장선거 공고 3일 전에 단지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정지를 시키고,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조직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WT 사무총장이 정치적 이유로 유력한 후보를 자격 정지시키고 공정한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것은 세계 태권도인들의 수치”라고 밝혔다.

릭신 총장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WT와 IMC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조치를 비판하며, 수상쩍은 ‘조정원 총재=하스 총장=김인선 후보’의 관계와 GM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헬더 나바로(Helder Navarro) 회장직무대행의 제안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 가서 라울 핀존 살라만카(Raul Pinzon Salamanca) 회계 감사와 기자 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PATU 회장선거 진실 브리핑’을 갖고 PATU의 재무 문제를 뒤늦게 조사하고 있는 WT의 부당한 조치와 불공정한 PATU 회장선거를 폭로했다.

그는 9월 24일 <태권박스미디어>와 통화에서 “WT가 매년 각 대륙연맹에 보조금을 지원했고, PATU는 2019년에도 재무 처리와 관련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WT 실무자에게 받았다. 이제 와서 뒤늦게 조사를 한다며 PATU 임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회장선거 3개월을 앞두고 정관을 개정해 입후보 자격을 완화하고,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이와 관련, <태권박스미디어>는 9월 24일 오후, SNS를 통해 김인선 후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태권박스미디어>는 이 논란과 관련, WT와 김 후보의 공식 입장을 후속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WT 쪽은 “릭신 총장의 주장은 틀린 부분이 많고, 총재와 김 후보와는 경희대로 묶지 마라. 돈독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