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태권도의 차세대 주자 이근미가 다시 한 번 세계무대 정상에 섰다. 지난 사라예보에 이어 푸자이라까지, 세계유소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한국 여자부는 대회 출전 사상 첫 종합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1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자이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5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여자 -37kg급 결승전에서 이근미(사당중)는 침착하고 단단한 경기 운영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확정지었다.

준결승에서는 태국의 폰차이탐마쿤 찻파위에와 맞붙어, 1회전 막판 2-4로 뒤진 상황에서 종료 4초를 남기고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며 4-4 동점을 만들었고, 우세 판정으로 1회전을 가져왔다. 이어진 2회전에서도 선취 득점을 지키며 3-0으로 마무리, 라운드 점수 2-0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모로코의 장신 선수 카디자 아미라니를 상대로 전혀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빠른 스텝과 기습적인 공격으로 상대의 신체 조건을 무력화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1회전 후반 연속 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리며 18-6으로 압도했고, 2회전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리드를 지켜내며 최종 스코어 13-7로 완승했다.
이근미는 2023년 사라예보 대회 당시 신남초 6학년으로 출전해 여자 -144cm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체급은 신장과 체중을 반영한 BMI 기준이었으나, 이번 대회는 다시 체중 기준 체급제로 돌아갔으며, 이근미는 이 체계에서도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의 가족 역시 화제다. 아버지 이태흠 관장은 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머니 김미진 사범은 태권도 선수 출신, 오빠 이영주(사당중 3학년)도 아시아 유소년 대표를 지낸 유망주로 ‘태권도 가족’으로 불릴 만하다.
이근미는 “두 번째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난 대회 경험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그런지 긴장을 덜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싶다. 다음에는 청소년 대표가 되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여자부 종합우승은 대회 창설 이후 7회 만에 한국이 처음 거머쥔 성과다. 2015년 한국 무주 대회에서 종합 6위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발전을 이어온 결과, 지난 사라예보 대회 종합 2위에 이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세계유소년선수권에서 한국은 성인부와 달리 체격 열세와 경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1회 아제르바이잔 바쿠(2014), 2019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대회(3회)에서는 여자부가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대표팀을 이끈 이경배 한국중고태권도연맹 회장은 “낯선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 좋은 성적도 의미 있지만, 유소년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경험과 성장이 중요하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자부는 금메달 없이 은 1, 동 4개를 획득해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이란이 금 2, 은 1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카자흐스탄(금 2, 은 1), 우즈베키스탄(금 2), 태국(금 1, 동 2)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여자부는 금 3, 동 1로 종합우승을 기록했으며, 대만(금 1, 은 1, 동 1), 모로코(금 1, 은 1, 동 1), 터키(금 1, 동 2), 이란(은 2, 동 1)이 그 뒤를 이었다.
특별상 부문에서는 이라크가 감투상을,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장려상을 받았다. 첫날 여자 -29kg급에서 빠른 스텝과 기술력을 뽐내며 퍼펙트한 우승을 차지한 우승을 차지한 오윤주(안양 명학스포츠클럽)가 이번 대회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여자부 종합우승을 이끈 김응현 코치(성서중)는 베스트 코치상을 수상했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유소년 선수들의 수준이 세계대회에 걸맞게 성장했음을 확인했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이들이 장차 청소년과 성인 국가대표로 성장해가길 바란다”며 “푸자이라 조직위원회는 WT G2 오픈대회를 운영한 경험과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시설과 환경을 제공해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주었다”고 밝혔다.
한편, 차기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대회는 오는 2027년 그리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