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위계 중시하는 고참 심판들 “불쾌하고 어이없다”
-정문용 총장 “WT처럼 국내 심판조직도 개방적이어야”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대한태권도협회(회장 양진방·KTA) 심판위원회 부위원장 선임(호선)을 둘러싸고 내부 동요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심판 부위원장 선임 과정
KTA는 지난 달 초 공모로 심판위원장을 선임한 후 2월 4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심판교육 현장에서 심판위원회(위원 11명) 회의를 열고, 홍순의·박수현·김수용 씨를 부위원장에 선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임택동 심판위원장은 태백에서 열린 국가대표선수선발대회와 익산에서 열린 초등연맹 개인선수권대회를 3명의 부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다.
이제 관심은 부의장 2명과 함께 추가로 심판 부위원장을 누가 꿰찰지에 쏠렸다. 규정상 부위원장은 심판위원회에서 호선하게 되어 있지만, 그 전에 ‘물밑작업’을 통해 내정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이와 관련, 임택동 심판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누구도 할지 정해진 게 없다. 정문용 총장과 상의해 정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정문용 KTA 사무총장은 “시도협회에서 추천한 사람들은 관례대로 하고 싶어 하는데, 지난해 활동했던 부위원장 중 몇 명은 교체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의장과 심판위원장의 입장도 반영해 ‘적과의 동침’이 되지 않고, ‘원팀’이 되도록 셋팅(setting)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B심판 부위원장 선임 놓고 반발
KTA는 3월 6일 심판위원회 회의를 열고, 2명의 부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당초 여성 1명을 포함해 3명을 선임할 예정이었지만, 남성 2명만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3월 3일 오후부터 부위원장 2명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태권박스미디어>가 취재한 결과, 인천 거주 A심판과 전북 거주 B심판이 이미 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은 올해 심판 4년차인 전북 B심판이 어떻게 부위원장이 될 수 있는지에 쏠렸다.
몇 몇 고참급 심판들은 B심판이 50대지만 심판 경력이 4년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부위원장이 될 수 있느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심판은 “부장 3명 선임을 위원장에게 위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위원장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어떻게 3년차 심판을 부위원장에 선임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영남의 한 심판은 “솔직히 불쾌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원팀’이 되도록 셋팅(setting)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정 총장의 말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정 총장은 3일 오후 전북 B심판이 부위원장으로 내정된 것과 관련, 다른 관점의 주장을 펼쳤다. KTA 상임심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일반호구로 경기할 때와 전자호구로 경기할 때의 심판부 조직과 부위원장의 역할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세계태권도연맹(WT) 심판위원장으로 선임된 30대 여성(Ms. Amely Moras, 페루계 미국인)을 실례도 언급했다.
그는 “이걸 가지고 (세계 심판 문화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며 국내 KTA 심판 조직문화도 경직된 위계 문화에서 벗어나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북 B심판을 놓고 반대 여론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심판부가 ‘원팀’이 되도록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부위원장에 선임하지 않은 노력은 왜 몰라 주냐”면서 “이제 심판위원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부위원장이 무슨 큰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심판들은 경기장에서 공정하게 판정을 하면 되는 것이고,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보좌하며 심판 관련 실무를 맡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과 반박 속에서도 전북 B심판이 오는 6일 심판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심판 위계’를 강조하고 있는 고참 심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달 중순 영천에서 열리는 종별대회에서 정 총장이 부위원장 선임 기준과 취지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